스킨스쿠버를 배우다
나는 바다를 정말 사랑한다.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는 날의 역동적인 모습도 좋고, 햇살이 은빛 물결로 부서져
보석처럼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도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 걸 좋아하고, 발끝으로 느껴지는 바다의 촉감은
나에게 큰 위안을 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물을 무서워한다. 어릴 적 물에 빠졌던 끔찍한 사건 때문인데,
성인이 된 지금도 그 트라우마는 나를 따라다녔다.
8살 때였다. 아버지가 나를 자루에 가두고 묶어서 강물에 던져 벼리셨다.
자루 속에서 숨도 못 쉬고 죽을 뻔했던 그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게 나를 옥죄어 온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물만 보면 겁을 먹는다.
대중목욕탕 냉탕에 들어가도 상체와 머리가 물속에 잠기면 얕은 수위인데도 허우적거리며
공포에 질리곤 한다.
강이나 바다에서 튜브를 끼고 물놀이하는 건 좋아하지만, 안정장치 튜브가 없으면 절대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특히 상체가 물속에 잠기는 건 정말 싫다.
상체와 머리가 머리가 물속에 잠기면 '아, 나는 이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들면서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다.
이런 무서운 공포와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큰 도전을 했다.
바로 스킨스쿠버를 배우기로 결심한 거다.
다행히 스쿠버 강사 선생님이 나의 친구라서 그나마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의 따뜻한 조언 덕분에 나는 용기를 내어 스쿠버 강습을 시작했다.
이론 수업을 듣고 실내 수영장에 가서 장비 다루는 법부터 물속 호흡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그러던 중, 실내 수영장 5미터 깊이에 입수해서 수업하는 날이 왔다.
수영장 깊이를 보는 순간 또다시 겁이 나고 호흡이 가빠졌다.
훤히 보이는 수영장의 깊이가 나에게 거대한 공포로 다가왔다.
"숨 쉬세요!"
선생님은 말씀하셨지만, 나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이제 죽는구나, 죽는 게 맞지?' 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결국 잠시 기절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교육을 시도했고, 강사 선생님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눈치채셨나 보다. 그래서 나를 위한 1대 1 스쿠버 수업이 시작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스쿠버 장비도, 튜브도 없이 맨몸으로 물과 친해지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선생님의 손을 잡고 1미터, 2미터,... 깊이 내려갈수록 귀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압력 때문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수시로 코를 잡고 풀었다.
마침내 5미터, 6미터, 그리고 10미터까지 내려갔다.
온몸은 긴장으로 뻣뻣했지만, 내가 의지할 곳은 오직 선생님과 장비뿐이었다.
옆에 선생님이 계시니 10미터 깊이에서 천천히 호흡하며 수영장을 수십 번 오가는
연습을 했다. 이틀뒤에도 , 이틀 뒤에도 강사 선생님과 함께 수영장에 갔다.
그렇게 넉 달 동안 물에 적응하는 수업을 이어갔다.
남들보다 더딘 진도였지만, 선생님의 " 잘하고 있네"라는 칭찬은 나에게
큰 용기가 되었다. 물이 무서워서 기절까지 했던 내가 말이다.

다섯 달째 되던 날, 드디어 나는 강사 선생님과 스쿠버 회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나무섬'이라는 곳에 배를 정박하고 입수.
바닷속은 그야말로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물고기 떼와 맑은 바닷물, 조금 차갑긴 했지만 마치 신비로운 세계에
초대받은 기분이었다. 나의 앞을 왔다 갔다 하는 물고기 구경하느라 물에 대한
공포는 잠시 잊은 듯했다.
바위틈 사이로 보이는 문어와 전복들! 시장에서만 보던 생명체들을 바닷속에서 직접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니, 얼마나 신비롭고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다섯 달에 걸쳐 드디어 초급 스쿠버 자격증을 취득했다.
물이 아직 무섭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기절할 정도는 아니다.
바다는 어떤 일이 어떻게 한순간에 일어날지 모르기에 항상 조심해야 하고 ,
강사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
나는 아직 초보이기에 강사 선생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스쿠버를 즐기고 있다.
작년에는 필리핀까지 스쿠버를 하러 해외에 다녀왔다.
개인 각자의 장비를 들고 해외에서 스쿠버를 한다니, 꿈만 같았다.
우리나라 바닷속도 신비로웠지만, 필리핀 바닷속은 영화에 나오는 니모 물고기까지,
다양한 색상의 물고기들로 가득했다. 알록달록한 물고기들 속에
내가 있으니 마치 인어공주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tv에서만 보던 장면을 내가 직접 즐기고 있다니...
물이 무서워 튜브 없이는 물장난도 못 했던 내가 이제는 튜브가 없어도 물장구도 치고
개구리헤엄까지 치면서 바다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스쿠버 자격증을 따기까지 오랜 시간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친구이자
강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어릴 적 아픈 상처로 물에 대한 공포 트라우마를 하나 극복했으니 고소공포증도 폐쇄 공포증도
조금씩 이겨 내보려고 한다.
* 바다 스킨스쿠버를 할 때는 물고기를 잡거나 해산물을 채취하면 안 된다는 사실, 그리고
배를 타고 나가고 들어올 때 항상 해양경찰에 신고 접수를 해야만 출항할 수가 있다.
취미를 즐겁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약속과 도리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바다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어서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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