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이 겸손으로 바뀐 그날의 기록
작년 11월 17일, 나는 잊지 못할 하프마라톤 도전을 했다.
생애 첫 10키로 마라톤 완주 후 넘쳐흐르던 자신감은 21킬로 하프 마라톤쯤이야
가뿐히 해낼 거라는 자만심으로 변해 있었다.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해야지 다짐하면서도, 게으름을 피우며
'막상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어' 라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혀 덜컥 하프마라톤에 접수를 했다.
연습은커녕 그 흔한 몸풀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말이다.
대회 당일 아침 5시 기상.
몸은 최악의 상태였다.
장거리 달리기인 만큼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틀을 거의 굶었던 탓인지,
감기몸살 기운에 현기증 까지 느꼈다.
엉망진창인 몸 상태였지만, '막상 뛰면 또 뛰어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출발 총소리와 함께
21킬로 완주를 향해 힘차게 달렸다.
놀랍게도 15키로 지점까지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나아갔다.
하지만 16키로를 지날 무렵,
갑자기 온 세상이 핑~돌고 땅이 울렁거리는 아찔한 현기증이 찾아왔다.
저혈압 때문일까?
손발에는 경련까지 오기 시작했다.
잠시 멈춰 서서 물과 음료를 마셔보려 했지만,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
물마저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 그 자리에 그대로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대로 포기하고 응급차를 탈까?'
수십 번 고민했지만, '아니야,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다짐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17킬로부터는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태였다.
이대로 더 뛰었다가는 쓰러질 것 같았다.
아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경련이 오는 손을 주무르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여전히 어지럽고 뛰고 싶지 않았다.
완주하고 싶다는 마음마저 사라질 지경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지나갔지만, '포기하기보다는 걸어서라도 완주하자'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땀인지 식은땀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온몸은 차갑게 식어갔고 추위마저 느꼈다.
응급차가 나의 발걸음 속도에 맞춰 계속 따라오는 것을 보며,
또다시 포기할까 고민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4키로를 걸어 들어와 2시간 18분이라는 기록으로 간신히 완주 매달을 목에 걸었다.
골인 지점 코앞에서 신랑은 뛰는 시늉이라도 하라고 했지만,
정말이지 뛸 수가 없었다.
매달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10분 넘게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어지러움 때문에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신랑은 매달을 받았으니 하프마라톤은 성공한 것이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지만,
나는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매달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만만했던 나의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났다.
자만에 빠졌던 만큼 한 달 동안 몸이 아팠고, 간호사인 아들에게도 엄청 야단을 맞았다.
운동이든 무엇이든 건방지게 자만에 빠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올해는 정말이지 겸손한 자세로 ,
조금씩 천천히 운동 연습을 해서 하프마라톤에 다시 재도전해 보고 싶다.
경험을 통해 얻은 소중한 교훈 잊지 않고 ,
진정한 의미와 성공을 향해 나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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