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뱀딸기 길
복잡한 마음이 엉킨 실타래를 나를 휘감을 때가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독서,
흐트러진 운동 계획, 채 마무리하지 못한
하루의 일기까지.
하나를 겨우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턱 하니 버티고 서 있는 기분에,
마음만 성급하게 앞서 나가는 듯했다.
나의 작은 세상 안에서,
중년의 나는 그렇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답답함을 떨쳐내려 무작정 비 오는 길을 나섰다.
보슬보슬 어깨를 적시는 빗방울은 차라리
시원하게 느껴졌다.
민주공원의 굽어진 산길을 걷다 문득,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선명한 붉은빛이 있었다.
"어머나, 요런 게 있었네?"
빨갛게 익어 나를 유혹하는 뱀딸기.
성경 속 뱀이 인간을 유혹하듯 ,
탐스러운 붉은 알갱이들은 나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하나만 먹어봐....무슨 맛일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조심스레 하나를 따서 입에 넣었다.
음..... 실망스러웠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밍밍함.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빈, 마치 어떤 사람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그동안 마주했던,
혹은 어쩌면 내 안의 어떤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따먹지 말라는 금기를 어긴 것처럼,
뱀딸기 하나를 따 먹고 나니
엉뚱하게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 나의 모습이 저 뱀딸기 같아서일까?
꽉 막혀 있던 숙제를 해결한 듯,
가슴 한편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빗길, 52년 인생의 한복판에서
나는 다시 생각을 했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하는가.
아마 오늘처럼 복잡한 마음을 풀어내고 ,
밍밍한 뱀딸기 속에서조차 삶의 비유를 찾아내는
이 모든 과정이,
바로 내가 ' 나답게 '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섬세하고 감수성 풍부한 내가 ,
이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
그것이 나의 글쓰기인 거겠지.
가끔은 엉뚱한 상상을 즐기고,
책 읽고 글 쓰며 나의 내면을 가꾸는 것을
좋아하는 중년의 아줌마.
산보다는 탁 트인 바다를 사랑하는 내가
오늘 이 뱀딸기를 통해 다시 한번
'나'를 마주했다.
비 내리는 오후의 작은 일탈이 나를 단단하게 ,
그리고 나답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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