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멈추고 천천히 걷기
오랜만에 찾은 학교, 그 설렘 속에서 문득 중년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노후, 건강 그리고 남은 삶의 여정. 이젠 제법 익숙해진 이 단어들이 낯설지
않은 것을 보면 나도 어엿한 중년의 문턱을 넘어섰나 보다.
강의실에 앉아 마주한 이야기는 평소 나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고민들과 닮아 있어
더욱 귀 기울이게 되었다.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으면 배부르죠. 하지만 배가 부른데도 계속 음식을 탐하면 어떻게 될까요?
배부름은 더부룩함으로, 소화불량으로, 결국엔 고통으로 변하겠지요.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수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조용한 파문처럼 가슴에 번져왔다.
불안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울 때, 혹은 몸의 작은 통증에 섣불리 약에 의존하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마치 습관처럼, 혹은 자기 방어처럼 약을 찾는 행위가 오히려 나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경고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스스로 의사인 듯 판단하고 약을 과식하지 마세요. 마음이든 몸이든 아플 땐 당연히 약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지나친 맹신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공황, 불안, 불면의 밤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고통이지요.
잠 못 이루는 밤, 애써 잠을 청하기보다 그저 눈을 감고 흐르는 시간을 느껴보라는 교수님 말씀에
묘한 울림을 주었다.
불안 또한 마찬가지라고. 불안에 갇혀 끊임없이 약을 찾아 헤매는 행위는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깊은 불안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하신다.
교수님의 단호한 말씀 속에서 문득 나의 동생 모습이 떠올랐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던 동생.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불확실한 항해 속에서 불안이라는 파도를 넘나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취업, 돈, 관계... 불안의 이유는 끝없이 이어지지만,
중요한 건 그 불안에 잠식되지 않는 거겠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처럼, 때로는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할지도..
조급함은 우리를 더욱 옥죄고 마음의 병을 키울 수 있으니 말이다.
동생에게 , 그리고 스스로 에게 속삭여주고 싶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천천히 걸어가자*라고..
문득 드라마에서 들었던 한 마디가 가슴에 와닿는다.
*살면 살아진다* 고..
지금의 불안과 조급함 속에서도 나는 결국 살아갈 것이고 또 살아내겠지
삶의 흐름을 몸을 맡긴 채, 조금은 느리게 , 조금은 더 자신을 다독이며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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